September 08, 2024
KCNA Rodong Sinmun (Kr)

영예군인가족포전

Date: 29/07/2024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구석구석 비쳐드는 눈부신 해살에 금방 분무한 영양액을 머금은 벼포기들마다에서 오롱조롱 맺힌 물방울들이 구슬알처럼 반짝거렸다.

《명국이 어머니, 건성건성 흉내만 내는게 아니예요?》

분무기를 메고 앞서나가는 박명심을 향해 누군가가 던지는 귀맛좋은 핀잔이였다.

《이런걸 보고는 건성건성이 아니라 손기가 빠르다고 해요.돌피와 벼포기도 가려보지 못하던 때와 같은줄 알아요?》

뒤이어 울리는 명랑한 웃음소리.

그들을 바라보는 배경숙의 눈가에도 정겨운 미소가 피여올랐다.

이날따라 《영예군인가족포전》이라는 표말이 새삼스럽게 안겨들며 배경숙은 추억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김정일애국주의를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도록 하여야 합니다.》

지난해 1월 맵짠 바람이 휩쓰는 포전에 송화군당 책임일군과 여러 녀인이 서있었다.

배경숙은 뼈속으로 스며드는 랭기에 온몸을 떨었다.

추위때문만이 아니였다.

이제는 몇번이고 강심을 먹었지만 정작 포전에 서고보니 손에 호미가락 한번 쥐여보지 못한 우리가 꽤 백가지 농사일을 해낼수 있을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것이다.

이런 생각을 깨치며 군당책임일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동무들은 이제부터 송화군 읍농장 독립분조원들입니다.분조원이 되였다는것은 농장원이 되였다는것이고 농장원이 된다는건 실농군이 되여야 한다는걸 의미합니다.이 포전을 동무들에게 맡깁니다.》

순간 배경숙의 눈가에 맑은것이 고여올랐다.

떼를 쓰다싶이 하며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군당위원회를 찾아다닌 자기들의 노력이 끝끝내 결실을 본것이다.

배경숙은 분조원들을 둘러보았다.그저 연약하게만 보이는 평범한 녀인들이였지만 새로운 충동으로 빛나는 눈빛들을 하나하나 일별하며 배경숙은 그들을 자신처럼 믿고싶었다.왜냐하면 분조원들모두가 맹세를 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맹세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생활을 통하여 절감했고 또 많은것을 이겨낸 영예군인의 안해들이고 영예군인의 어머니였기에.

바로 이렇게 군에는 영예군인가족포전이라는 류다른 포전이 생겨났다.

다음날부터 포전으로 거름짐을 져나르는 녀인들을 보며 누구나 혀를 찼다.몸이 불편한 남편들과 아들을 돌보자고 해도 두손이 모자라는 그들이 헐치 않은 농사일을 스스로 택했다니 놀랍기만 했던것이다.

수많은 눈길들이 지켜보는 속에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났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각각인 그들이지만 바치는데서 행복을 찾는 남다른 녀성들이여서 그런지 항상 남의 고생을 먼저 생각했고 한걸음 늦어져도 송구스러워하며 몇번이고 사죄를 했다.

배경숙은 분조에서 제일 젊은 자기를 분조장이라고 떠받들어주는 그들이 고마왔고 언제한번 지친 기색을 찾아볼수 없는 분조원들에게 함뿍 정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금시 새파랗게 싹터 잘 자라던 어린 모들이 모판에 척 늘어져 시들어갔다.

잘하느라 뿌린 농약이 오히려 말썽이 되여 싱싱한 모들을 이렇게 만든것이다.

바로 그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농장의 일군이 불만을 터뜨렸다.

《내 그러길래 농사일은 욕망만으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소.아주머니들이야 영예군인아들과 남편들만 잘 공대해도 되겠는데 왜 부디부디 이 고생인가 말이요.》

배경숙은 저도 모르게 눈길을 버쩍 들었다.무엇인가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귀중한 농경지를 맡아안고 소출을 떨어뜨린다면 그보다 더 큰 죄가 또 어데 있으며 보탬은커녕 짐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숙어졌던것이다.

얼마 안있어 주저앉았던 분조원들이 배경숙을 따라 포전으로 들어섰다.

자기자신에 대한 타매때문인지, 누군가에 대한 반발심때문인지 별스레 억척스러워진 분조원들이 일을 끝내고보니 어둠짙은 깊은 밤이였다.

배경숙은 속이 덜컥 내려앉는것만 같았다.늘 웃는 얼굴로 떠밀어주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며 집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배경숙의 머리속에는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라는 말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끝없이 갈마드는 죄스러움에 마음을 옥조이며 방안에 들어서던 배경숙은 그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

군당의 책임일군들과 군병원의 의사들이 왔다갔다고 하면서 남편 한림송이 안온한 기색으로 반겨맞는것이 아닌가.

나무람이라도 한다면 마음이 편할것같았다.

《정말 미안해요.이런 일을 시작한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였어요.이제라도…》

한림송이 배경숙의 말을 밀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당신은 영예군인남편인가 아니면 포전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는것이겠소.》

배경숙은 속생각을 넘겨짚는 남편앞에서 황급히 눈길을 떨구었다.

《당에서 제일 걱정하는 문제를 풀어드리는 길이 바로 우리자신을 위한 길이요.》

이렇게 말한 한림송은 여러권의 책을 내밀었다.

첫술에 배부르겠는가고, 비록 농사경험은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배워 과학농사를 지으면 실농군들 못지 않게 다수확을 낼수 있을것이라는 한림송의 말에 눈물범벅이 되였던 배경숙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올랐다.

다음날이였다.

분조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아침일찍 포전으로 달려나왔다.

배경숙은 사업수첩을 펼쳐들었다.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속에 분조원명단에 영예군인남편들과 아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넣기 시작했다.

보고 들어온 하많은 이야기들이 분조원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앞 못보는 남편이 손더듬으로 차려놓은 저녁상을 마주하고 오열을 터뜨렸다던 최창심의 이야기, 불편한 몸으로 먼길을 마중나온 남편을 붙잡고 한편 미안하고 한편 너무 기뻐 어린애처럼 콩콩 뛰였다던 심복금의 이야기, 손주와 함께 남편이 한손으로 정성껏 엮은 나래를 몇번이고 다시 쓸어보았다던 김일순의 이야기, 어머니를 따라서겠다고 의족한 두다리로 열심히 걷기련습을 하는 아들을 보니 포전까지의 그 먼길도 힘들지 않았다던 박명심의 이야기…

진정 자기들에게 있어서 포전은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들이 함께 가꾸는 포전, 우리 가족포전이라는 생각에 그들의 마음은 후더워올랐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 분조원들의 걸음새는 더욱 빨라졌다.쉴참이면 오랜 실농군들을 따라다니며 경험과 기술을 배웠고 저녁이면 또 책을 펴놓고 선진영농방법을 습득하였다.

바쁜 영농기에는 남편들까지 나와 붉은기를 흔들며 노래도 불러주는 속에 해종일 포전에서 살았다.

그러나 장마철의 비바람은 그토록 지칠줄 모르던 녀인들의 얼굴에도 먹장구름을 실어왔다.

허리를 치는 간석지논에 들어서시여 바다물에 잠긴 벼포기들을 가슴아프게 쓰다듬으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영상을 우러르며 분조원들 누구나 뼈아픈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바로 며칠전 농사를 잘 지어 국가알곡수매계획을 넘쳐 수행하면 집집마다 차례질 분배몫도 적지 않을것이라고 하던 농장일군의 말에 은근히 기뻐했던 일이 떠오르며 순간이나마 자기 집쌀독을 생각했다는 죄책감, 자기들의 량심에 티가 있었다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했던것이다.

그들은 쏟아지는 비발속에서 약속했다.

꼭 다수확을 내고 나라쌀독부터 가득히 채우자고.

비바람에 하나의 벼포기라도 쓰러질가 마음을 썼고 병에 걸릴세라 밤을 지새우며 대책을 세워갔다.

그 무슨 대가를 바라기 전에 받아안은 은덕을 먼저 생각하며 보답을 한생의 의무로, 본분으로 안고 사는 깨끗한 마음들이 가꾸어온 이삭들에 쭉정이란 있을수가 없었다.

다수확의 자랑찬 열매들을 보란듯이 쌓아놓고 분조원들은 우리 당을 쌀로써 받들어갈 일념을 담아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 삼가 충성의 결의편지를 올리였다.

만사람의 박수갈채속에 분조원들이 온 군이 아는 다수확포전의 주인, 우리 원수님 아시는 참된 실농군들로 행복의 절정에 올라 밝게 웃고있었다.

배경숙은 귀전을 때리는 분조원들의 웃음소리에 상념에서 깨여났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도 이 땅과 소리높이 약속하는듯싶었다.

올해에도 풍년가을은 문제없다고.

* *

영예군인가족분조원들은 올해의 올곡식농사에서도 풍작을 거두었다.

조국보위의 전초선에서 피를 바친 영예군인들과 그들을 위해 모든것을 깡그리 바쳐가는 녀인들,

그렇듯 아름다운 인간들이 오늘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제1제대 제1선참호인 농업전선을 믿음직하게 지켜가고있다.

송화군의 영예군인가족포전은 지도에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을 작은 땅이다.

그러나 그 땅이 안고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 땅이 소중하다면 피와 땀을 바쳐 지키고 온넋을 바쳐 가꾸며 순간이 아니라 한생을 바쳐 땅앞에 성실해야 함을 말없이 가르쳐주고있기에.

글 리지혜

사진 본사기자 주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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