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 2024
KCNA Rodong Sinmun (Kr)

담당의사

Date: 17/09/2024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자정이 가까와왔지만 만경대구역 광복종합진료소 의사 리혜련은 주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있었다.

무엇인가 썼다가는 지우고 쓰다가는 멈추기를 그 몇번…

(아이 참, 무슨 말을 어떻게 한담.)

리혜련은 끝내 펜을 내려놓았다.오전에 그는 진료소의 일군으로부터 평양시안의 모범적인 보건일군들이 참가하는 정성경험토론회에서 토론할 준비를 하라는 과업을 받았다.

그 과업을 주면서 일군은 단단히 오금을 박았다.

토론연단이 결코 자기 자랑을 하는 마당이 아니다.의료일군들의 경험을 교환하는 중요한 계기이다.혜련선생이 스스로 특류영예군인의 담당의사가 되여 끝끝내 그를 일으켜세운 나날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덜지도 더하지도 말고 그대로 쓰면 아마 훌륭한 토론이 될것이다.…

그 이야기를 상기하느라니 특류영예군인인 리금철이 당의 은정속에 화성거리의 새집으로 이사를 가는 날 눈물이 글썽해서 하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의사선생님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는 그의 두손을 꼭 잡고 리혜련은 복스러운 웃음발을 날리며 이렇게 말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영예군인동지가 대지를 마음껏 활보하는 날까지 이 담당의사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것을 명심해요.》

《선생님!》…

리혜련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이윽하여 조용히 펜을 다시 집어든 그는 하얀 종이장우에 또박또박 글을 이어나갔다.

《…제가 특류영예군인인 리금철동지와 남다른 인연을 맺은것은 3년전이였습니다.…》

추억의 배는 깊어가는 밤바다로 소리없이 떠나갔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의료일군들은 의사이기 전에 인간사랑의 화신이 되여야 합니다.》

그날도 찾아오는 주민들에 대한 의료봉사를 진행하던 리혜련은 외용약을 구하러 온 녀인과 마주하게 되였다.

처방전을 떼기 위해 병상태를 묻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얼마전 건국동에 새로 이사온 특류영예군인의 안해일줄이야.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함께 가자요.》…

특류영예군인인 리금철은 군사임무수행중 부상을 당한 후 대수술만도 3차례나 받은 몸이였다.

병상태를 꼼꼼히 진찰하는 리혜련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금철이 입을 열었다.

《큰 병원 선생님들이 저의 건강때문에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침상에 매인 몸이 되여 나라의 혜택만 계속 받자니 정말…그래서 얼마동안이라도 자체로 치료하자고 했는데 또 이렇게 선생님께 페를 끼치게 되였군요.》

리혜련은 그 말이 마치 자기에 대한 《원망》처럼 여겨졌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적으로 돌보는것은 우리 진료소 의료일군들의 본분이 아닌가.

《좀더 일찌기 와보았어야 했을걸 제가 늦었습니다.》

그날 저녁 리혜련은 진료소일군과 마주앉았다.

《영예군인을 제가 맡으면 안되겠습니까?》

《혜련동무, 결코 쉽게 결심할 문제가 아니요.》

진료소일군은 리혜련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주민들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안고 늘 바쁘게 사는 그에게 이런 과중한 부담을 주는것이 마음에 걸렸던것이다.

하지만 일단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하고야마는 리혜련의 결심을 막을수 없었다.

다음날부터 리혜련은 침식을 잊은듯싶었다.

병치료에 좋은 약재를 구할수 있다면 밤길도 마다하지 않았고 탄소주광치료, 저주파치료, 약물치료 등에 필요한 의료기구들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단위들을 찾아갔다.

진료소일을 마치고 영예군인의 치료까지 하고나면 한밤중이 되여서야 집에 들어서기가 일쑤였지만 그는 또다시 의학참고서들을 붙들고 씨름을 했다.

신경계통, 면역계통, 소화기계통 등의 책들이 한권, 두권 그의 책장에 꽂혀지고 글줄들의 뜻을 파고드느라 모지름을 쓴 자욱이 력력한 학습장들이 하나둘 책상우에 덧놓아졌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바뀌고 해가 넘었다.

하지만 치료에서는 좀처럼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밤하늘의 별을 이고 집문을 나서는 리혜련을 바래주던 영예군인의 안해가 가까스로 말을 떼는것이였다.

《저, 더이상 걸음을 말아주십시오.아무래도 끝을 볼수 없는 일인데 선생님의 그 진정만으로도 우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리혜련은 눈물이 쑥 나오는것을 어쩔수 없어 고개를 외로 돌렸다.

자신이 어떻게 그와 헤여졌는지도 미처 알수 없었다.

그날 리혜련은 많은것을 생각하였다.

군사복무시절의 전우들이 몹시 그리웠고 그럴수록 그들이 지금의 자기를 보며 준절히 꾸짖는것만 같았다.

전우들을 위해 피와 살도 서슴없이 바쳐 싸운 화선군의들의 그 정신으로 인민을 돌보는 인간생명의 기사로 한생을 살겠다던 그 맹세는 과연 어디로 갔는가? 만약 그 영예군인이 친혈육이라면 2년이 아니라 20년이라도 동무가 치료를 포기하였겠는가?…

또 제대되여 진료소의사로 배치받던 날 구역당일군이 해주던 이야기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에 의사들은 많아도 주민들을 찾아가서 치료하는 보건일군은 오직 말단치료예방기관에서 일하는 담당의사들밖에 없다, 말하자면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고 병원이 사람들을 찾아가는 사회주의보건제도의 우월성과 생활력이 인민들에게 더 잘 가닿게 하는데서 동무들이 중요한 몫을 맡고있다.…

다음날 아침 리혜련은 출근시간을 앞당겨 영예군인의 집부터 찾았다.

뜻밖에 찾아온 그를 보며 놀라는 영예군인의 안해에게 리혜련은 말했다.

《영예군인동지가 대지를 밟을 때까지 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날부터 치료는 보다 본격적으로 진행되였다.

처치와 함께 침치료와 수기치료 등을 배합하여 합리적인 치료방법을 찾아 도입하기 위하여 지새운 밤은 과연 그 얼마였던가.

치료기일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차례나 자기의 피부를 떼내여 영예군인의 상처를 덮어주었다.

자기의 피부를 서슴없이 떼여주고도 환자를 지켜 온밤을 지새우는 리혜련의 품에 영예군인의 안해는 어푸러지듯 얼굴을 묻으며 웨쳤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치료를 시작하여 또 수십일이 지난 어느날 환자의 상처부위를 살피던 리혜련은 흠칫하였다.얼음같이 차겁기만 하던 환자의 허리에서 온기가 느껴졌던것이다.

환자의 허리부위를 지그시 누르며 리혜련은 물었다.

《금철동지, 이 부위가 아파요?》

《예.》

리혜련의 떨리는 손,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던것이다.정녕 꿈으로만 그려보았던 기적이 일어나고있었다.

그때로부터 수십일이 지나 드디여 환자는 침상에서 일어나게 되였다.

리혜련도 울고 영예군인과 그의 안해의 얼굴에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선생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그날 리혜련은 정성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였다.만약 환자를 친혈육처럼 여기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것이다.

영영 대지를 밟을수 없다던 영예군인이 자리를 차고 일어선 후에도 치료는 계속되였다.

어느날 하루사업을 마치고 영예군인의 치료를 위해 진료소정문을 나서는데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뜻밖에도 전화기에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보은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싶다기에 이렇게 전화를 들었다.네가 바쁜줄 알면서도…》

《어머니, 정말 미안해요.영예군인동지의 치료가 끝나면 제가 보은이를 돌보겠어요.》

곁에 있던 의사가 걱정어린 어조로 말했다.

《딸이 앓는다는데 빨리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리혜련은 대답대신 한쪽어깨에 멘 왕진가방을 추스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애한테도 담당의사가 있지 않나요.》

이런 헌신적인 노력으로 하여 치료에서는 돌파구가 열리고 영예군인은 끝내 침상에서 일어나게 되였다.

영예군인이 화성거리의 새 살림집에 보금자리를 옮긴 후에도 담당의사로서의 리혜련의 치료는 계속되고있다.

* *

《…이 나날을 통하여 저는 우리 진료소의사들이 인민들로부터 례사롭게 불리우는 담당의사라는 그 부름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새겨안았습니다.비록 네 글자밖에 안되여도 거기에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회주의보건제도를 지켜가는 의료일군의 영예와 긍지, 시대와 인민의 믿음과 기대가 담겨져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언제나 명심하고 인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복무의 길을 한치의 탈선도 없이 끝까지 성실히 이어가겠다는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이렇게 토론문을 마무리한 리혜련은 펜을 놓았다.

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사랑과 정성의 불길인양 어둠을 밀어내며 저 멀리에서 새날이 밝아오고있었다.

본사기자 리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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