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3대혁명소조원들은 패기와 정열에 넘치고 진취성이 강한 청춘시절에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먼 후날에도 값높이 추억할 창조의 자욱을 뚜렷이 남겨야 합니다.》
새해 2025년을 맞이한 함흥시의 밤거리는 명절분위기로 흥성이고있었다.상업봉사망들에 매달린 울긋불긋한 축등들과 빨갛고 파란 불들이 현란하게 번쩍이는 직관장식물들, 웃음꽃을 날리며 끝없이 물결치는 사람들…
온 시가 꽃바다, 불바다, 웃음바다가 된듯싶었다.
그러나 사무실창가에 홀로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사포구역3대혁명소조 소조원 신정명은 즐거운 기색이 없이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다.새해에 어떤 일감을 선택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서는 그였던것이다.
사실 그는 무슨 일을 놓고 옴니암니 하는 성미가 아니였다.또 구역의 공장, 기업소들에 그가 해야 할 기술혁신일감이 없는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을 해야 할 때면 저도모르게 마음이 긴장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문득 가루비누생산공정을 새로 꾸리던 나날이 어제일인듯 떠올랐다.
…
사포구역화학일용품공장의 비누성형기개조에서 성과를 거둔 그가 구역의 한 일군으로부터 이번에는 가루비누생산공정을 새로 꾸려보라는 과업을 받은것은 지난해 1월이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몸이 긴장감으로 굳어졌다.소조기간 생산설비에 대한 개조는 많이 하였지만 하나의 생산공정을 통채로 맡아 꾸려보지는 못했으니 그럴만도 하였다.
(엄청난 일감을 맡았다가 완성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가? 이전처럼 설비개조만 착실히 하는것이 낫지 않을가.…)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것은 무리가 아니였다.당시 기계속을 환히 꿰들고 아무 설비나 척척 새롭게 개조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보배덩이가 나타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했고 구역적으로도 한다하는 인재로 그의 이름이 자자했던것이다.
그런데 맡겨주는 과업을 못하겠다고 하자니 일군들을 보기가 부끄러웠고 맡아하자니 승산이 있을것같지 않았다.
그래서 명성은 얻는것보다 고수하기가 더 힘든 법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생각끝에 정명은 신심이 없었지만 새 공정확립에 달라붙었다.머리를 싸매고 한달나마 씨름질을 하여 설계를 완성하였다.그런데 그것을 재검토하는 과정에 더 능률적이고 실리있으면서도 제품의 질을 훨씬 높일수 있는 새로운 착상이 떠올랐다.허나 그 방법대로 설계를 다시 하자면 시일과 품이 많이 들었고 제작과정에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할가? …)
이 두갈래의 길앞에서 선뜻 결심을 못하고있는데 어느날 또다시 공장에 나온 구역일군이 정명을 찾아왔다.
《수고하누만.생산공정설계는 어떻게 돼가오?》
기대어린 일군의 눈길을 차마 마주볼수 없어 정명은 고개를 수그렸다.그의 속을 들여다본듯 일군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더니 불쑥 이런 물음을 던졌다.
《정명동문 이 공장에 있는 〈박물관〉을 아나?》
《? ! …》
순간 정명은 어리둥절해졌다.그 《박물관》에 대해 몰라서가 아니였다.
그것은 사실 빨래비누생산공정을 두고 하는 말이였는데 설비들사이 호상련관성을 잘 타산하지 못하다보니 비누생산을 하지 못하고있었다.대신 중학교학생들이 공장에 참관을 오면 생산공정이나 구경시켜주고있었다.그래서 유모아를 좋아하는 공장로동자들속에서 그렇게 불리워지고있었다.
(갑자기 그 이야긴 왜? …)
그가 의문을 풀지 못하는데 일군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런 참관용이 아니라 인민생활에 실지 도움이 되는 실리있는 공정을 일떠세우는것이 바로 3대혁명소조원의 의무가 아니겠소.》
정명은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후 그의 고심어린 노력에 의해 또다시 새로운 생산공정설계가 완성되였다.그러나 실지 공정을 꾸리는것은 설계에 대비할수 없이 더 어려웠다.
특히 혼합기제작이 더하였다.리치는 뻔한데 아무리 뜯었다맞추었다 해도 도무지 설비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자 정명은 조바심이 났다.몇달동안 가루비누생산공정을 붙안고 씨름질하는 사이에 다른 소조원들은 연방 기술혁신과제들을 수행하였던것이다.
과학기술증서를 받아안고 기뻐하는 그들을 보느라니 마치 자기만 제자리걸음을 하는것같았고 나중에는 이 선택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언제인가 퇴근길에서 만났던 한 동무의 이야기도 귀전에 들려왔다.
《정명동무야 지금까지 다른 소조원들보다 훨씬 많은 기술혁신을 하였는데 이제 그걸 완성 못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을가? 소조기간도 절반나마 흘렀는데…》
이렇게 그가 번거로운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있던 어느날 뜻밖에도 수백리 떨어진 집에서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왔다.수십년을 당일군으로 사업하고있는 아버지는 아들의 고충을 마지막까지 다 듣고나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정명아! 네 량심에 물어보아라.그리고 그 량심이 가리키는 선택을 하거라.》
량심이 가리키는 선택!
인간은 누구나 긍지높고 보람찬 생을 갈망한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제나름의 선택을 한다.
허나 그 선택으로 이어진 생이 어떤 인생이였는가 하는것을 결정하는것은 그자신이 아니다.바로 조국과 인민이다.어떤 마음가짐으로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였는가 하는데 따라 그 생의 가치가 결정된다.이 인생의 참된 진리를 오랜 당일군인 아버지는 그에게 다시한번 준절히 깨우쳐주었던것이다.
그는 지금껏 자기 하나의 명예만을 생각해온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정명은 모든것을 잊었다.어떤 날에는 식사도 잠도 잊고 다음날 새벽을 맞이하군 하였다.항상 기름묻은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살다싶이 하며 설비제작에 전심하다나니 눈에 피발이 지고 입술이 부르텄다.그러나 눈빛은 더욱 초롱초롱해졌고 일손은 더욱 빨라졌다.
몇달후 화학일용품공장에서는 가루비누생산공정에 대한 총시험이 진행되였다.여러 설비로 이루어진 생산공정은 정교한 치차들이 맞물린듯 원활하게 돌아갔다.얼마 안있어 혼합기에서는 눈처럼 흰 가루비누가 줄줄이 쏟아졌다.
성공! 대성공이였다!
공장일군들은 물론이고 로동자들도 설비들을 쓸어보며 정명을 축하해주었다.구역일군이 사람들을 헤치고 정명에게 다가왔다.
《정명동무! 수고했소.정말 수고했소! 이제는 자체로 생산한 가루비누를 구역주민들에게 공급해주게 됐소!》
…
정명은 깊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벌써부터 가루비누를 받아안고 기뻐하는 주민들을 그려보는듯 흘러내리는 가루비누를 움켜쥐고 격정에 넘쳐있던 공장종업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였다.
그럴수록 새해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백해졌다.
(이제는 콩단물과 신젖생산공정을 꾸리자.)
또다시 시대가 바라는 훌륭한 선택을 한 정명을 축하하듯 거리의 불장식은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
허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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